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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anuary 26, 2014

분실물을 대하는 태도

비가 오는 날 버스를 탈 때, 나는 종종 우산을 앉은 자리의 옆에 내려놓고는 한다. 축축하게 젖은 우산을 무릎 위에 올려 놀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 손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들고 있기도 참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안되게, 좌석의 및이나 발 밑에 내려놓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면 아무도 상관하지 않으며, 간섭하지도 않으며, 일단 그 누구도 관심 자체를 갖지 않는다. (아, 그런데 나는 지방에 많이 가보지 않은 서울 촌놈이라서 내가 느끼는 한국은 모두 서울 기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들에게 참견하고 충고하기를 좋아하는 러시아권에서는 다르다. 특히나 중년 이상의 나이대, 특히나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은 그러한 성질이 더 강하다. 자기들끼리 '저 우산이 누구꺼지'하면서 대화하고, 나를 불러서 꼭 물어본다.


"거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우산, 혹시 네꺼니?"
내가 "아 네, 제 우산이에요." 라고 하면,
"아, 그렇구나. 나는 우산이 떨어져있길래 혹시 누가 우산을 놓고 갔나 했지 뭐야, 아무튼 네 우산이라니 다행이다. 하하" 라고 말하며 멋쩍게들 웃는다.

다음 혹은 다다음 정류장이 되면, 누군가 또 새로 탄 승객이 이 우산을 쳐다본다. 몇 초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또 나에게 묻는다.

"바닥에 우산이 떨어져 있구나! 혹시 네꺼니?"
"아 네, 제 우산...."
말을 채 다 하지도 못하고 이미 아까 전에 물어본  아주머니가 말씀하신다.
"호호호, 저 청년 거예요. 저도 혹시 누가 놓고 간 건줄 알고 물어봤지 뭐예요."
그럼 새로운 아주머니가 대답하신다.
"아, 그렇군요.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저기 청년, 그 우산 내릴 때 잊어버리지 마요."


그리고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 처음엔 고맙고, 그 다음엔 무슨 콩트 찍는 것 같아서 웃기고, 4번째 쯤 물어보면 좀 짜증이 난다...ㅋㅋㅋ 그래서 그냥 2번 정도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부터는 우산을 손에 들고 있는다.


또, 정말 이런 분실물이 있을 때에는 어떻게든 주인을 찾아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버스에 타고 있는 검표원에게 물건을 건네주며 "누가 이런 걸 놓고 갔는데, 찾아달라"라고 말한다. 대체 누가 버스에 놓고 간 우산을 그렇게 열심히 애타게 찾으려 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모스크바 같은 대도시는 어떨 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본 사할린, 야쿠츠크, 벨라루스의 민스크는 사람들이 아직도 참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며,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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