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버스를 탈 때, 나는 종종 우산을 앉은 자리의 옆에 내려놓고는 한다. 축축하게 젖은 우산을 무릎 위에 올려 놀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 손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들고 있기도 참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안되게, 좌석의 및이나 발 밑에 내려놓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면 아무도 상관하지 않으며, 간섭하지도 않으며, 일단 그 누구도 관심 자체를 갖지 않는다. (아, 그런데 나는 지방에 많이 가보지 않은 서울 촌놈이라서 내가 느끼는 한국은 모두 서울 기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들에게 참견하고 충고하기를 좋아하는 러시아권에서는 다르다. 특히나 중년 이상의 나이대, 특히나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은 그러한 성질이 더 강하다. 자기들끼리 '저 우산이 누구꺼지'하면서 대화하고, 나를 불러서 꼭 물어본다.
"거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우산, 혹시 네꺼니?"
내가 "아 네, 제 우산이에요." 라고 하면,
"아, 그렇구나. 나는 우산이 떨어져있길래 혹시 누가 우산을 놓고 갔나 했지 뭐야, 아무튼 네 우산이라니 다행이다. 하하" 라고 말하며 멋쩍게들 웃는다.
다음 혹은 다다음 정류장이 되면, 누군가 또 새로 탄 승객이 이 우산을 쳐다본다. 몇 초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또 나에게 묻는다.
"바닥에 우산이 떨어져 있구나! 혹시 네꺼니?"
"아 네, 제 우산...."
말을 채 다 하지도 못하고 이미 아까 전에 물어본 아주머니가 말씀하신다.
"호호호, 저 청년 거예요. 저도 혹시 누가 놓고 간 건줄 알고 물어봤지 뭐예요."
그럼 새로운 아주머니가 대답하신다.
"아, 그렇군요.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저기 청년, 그 우산 내릴 때 잊어버리지 마요."
그리고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 처음엔 고맙고, 그 다음엔 무슨 콩트 찍는 것 같아서 웃기고, 4번째 쯤 물어보면 좀 짜증이 난다...ㅋㅋㅋ 그래서 그냥 2번 정도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부터는 우산을 손에 들고 있는다.
또, 정말 이런 분실물이 있을 때에는 어떻게든 주인을 찾아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버스에 타고 있는 검표원에게 물건을 건네주며 "누가 이런 걸 놓고 갔는데, 찾아달라"라고 말한다. 대체 누가 버스에 놓고 간 우산을 그렇게 열심히 애타게 찾으려 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모스크바 같은 대도시는 어떨 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본 사할린, 야쿠츠크, 벨라루스의 민스크는 사람들이 아직도 참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며,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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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anuary 26, 2014
깊게 스치고 가는 사람들
가끔가다가 운명처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과는 주로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마주치게 되고, 만나서 짧은 눈인사, 혹은 짧은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나로 하여금 무언가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한다.
이들과 첫만남에서 대화를 시작하면 머릿속의 어떤 추상적인 신경 같은 것이 좌우로 팽팽하게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 또 침이 진득해지기도 하며, 눈이 너무 집중을 해서인지 시려오기도 하며,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들기도 하며, 산소가 부족해진 것처럼 숨을 쉬어도 호흡이 안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며, 눈이 커지고 만면에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는 차분하게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가끔은 세상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굉장히 멀리 분리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와 대화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카페에 깔려 있는 음악 소리와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어떤 공간적인 경계가 생기는 느낌이 든다.
이건 단순히 '친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과는 다르다. 실제로 나와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의 첫만남에서는 이런 느낌이 든 적이 없다.
주로 이런 느낌이 든 사람들과는 조금 단기적으로 어떤 특정한 분야에서의 교류를 깊게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바로 느낌이 온다. '아, 이 관계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이고, 서로에게 어떠한 느낌, 감정, 지식, 물질 등을 주겠구나!' 대충 이런 느낌이다. 문자보다는 어떠한 형상으로 찰나의 순간에 머릿속으로 꽂히며, 그 순간 짜릿한 느낌이 들고 마음 속에서는 회심의 미소가 지어진다.
이들과 단기적 혹은 중장기적이고 심도있는 교류가 끝나면, '종종'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로 변하게 되며, 종종 안부를 묻고 종종 만나서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고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등의 안부를 몇 시간 동안이나 길게 주고 받는다. 연락 빈도는 비록 낮은 편이지만, 어쨌든 이들과의 연락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Wednesday, January 1, 2014
민스크에서 맞이하는 2014년 새해
| На самом популярном месте в Минске "Нимига" |
올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외에서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민스크에서 홈스테이 중인데요, 새해 3일 전에 미리 장을 보고 12월 31일 점심 때부터 요리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저희는 사람이 붐빌 것을 대비해 12월 29일 새벽에 우리나라 홈플러스와 비슷한 대형마트 '카로나'에 갔었는데, 새벽 1시임에도 불구하고 줄이 굉장히 길었습니다.
31일에 카로나에 갔던 친구의 말도 들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마트 안에서 물건을 사러 돌아다니는 것조차 힘들었고, 줄이 너무 길어 한참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전 세계 어딜가든 사람의 귀찮음, 미루고 미루는 성질 같은 건 똑같은가 봅니다.
31일 점심 때쯤부터 저녁까지 4~5시간 정도는 각자 돌아가며 음식을 준비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대대적인 음식 준비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는데요. 명절 때 엄마가 부친 전을 하나씩 빼먹기만 하다가 해외에 나와서 새해라고 감자를 깎고 있으니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이제 슬슬 저도 요리도 조금 할 줄 알겠다, 명절날 부모님 음식도 좀 도와드려야겠다 싶습니다.
| 버섯으로 채워진 달걀 요리 Яйцо фаршированное грибами |
| Помидор фаршированный сыром 치즈로 채워진 토마토 요리. 속에 들어가는 치즈는 작게 포를 썰어 마요네즈 및 마늘과 버무린다. |
| Торт "Наполео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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